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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세탁 63% 스테이블코인…금융 시스템 ‘약한 고리’ 됐다”
26. 4. 22. AM 3:00
[디지털데일리 조윤정기자]
가상자산 범죄의 중심축이 비트코인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가격 변동성이 낮고 활용 범위가 넓은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과 범죄 자금 이동·은닉·환전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며 실시간 모니터링과 즉시 동결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범죄의 진화와 금융시장 대응 전략’ 학술 컨퍼런스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범죄 인프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태일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 이사장은
“과거에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자금세탁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세탁 자산의 63%를 차지하고 있다”며 “자금세탁부터 범죄 자금의 이동·은닉·환전에 이르기까지 범죄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국가 차원의 제재 회피, 조세 회피, 환치기, 불법 물품 거래 결제 등에도 악용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가격 변동성이 낮아 사실상 화폐처럼 쓸 수 있는 데다 추적은 쉽지 않아 범죄 수단으로서의 효용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응의 핵심으로 실시간 감시와 신속한 보존 조치를 꼽았다. 김 이사장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법 집행기관 간 핫라인을 만들고, 문제 발생 시 즉시 동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발행사들이 허용 목록과 차단 목록 기능을 기술적으로 의무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업자 자율에만 맡겨서는 범죄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자산 범죄 자체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최근 범죄 양상은 특정 플랫폼이나 개인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취약한 연결 지점을 정밀하게 파고드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하나의 사고가 개별 피해를 넘어 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구조”라고 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범죄의 진화와 금융시장 대응 전략 학술 컨퍼런스'에서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가 발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조윤정기자]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범죄의 진화와 금융시장 대응 전략 학술 컨퍼런스'에서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가 발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조윤정기자]
범죄 수법도 한층 복합화하는 모습이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과거에는 전화나 문자메시지 등 단일 채널을 통한 일대일 기망이 많았다면, 지금은 허위 사이트와 플랫폼을 앞세운 대규모 사기, 팀 미션, 로맨스 스캠처럼 장기간 관계를 형성한 뒤 돈을 빼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금융범죄대응연구소는 디지털자산 범죄를 디지털자산 자체를 겨냥한 범죄, 디지털자산을 빌미로 한 사기·편취, 디지털자산을 범죄 수단으로 활용한 범죄, 시장 질서 교란 등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범죄 수익 추적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차 변호사는 다양한 자금을 하나의 풀에 섞은 뒤 무작위로 분산 출금하는 믹싱 방식 탓에 데이터상 인과관계가 끊어지며, 믹싱 프로토콜 이후 단계는 사실상 추적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는 영장을 집행할 중앙 관리자 자체가 없고, 일부 해외 거래소는 형사사법 공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아 수사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차 변호사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이용자 보호와 금융거래 안전성 확보를 명시적으로 넣어 사적 보호이익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경찰청 단위 보이스피싱 수사팀이 신설됐지만 모든 비대면 디지털자산 범죄를 포괄하지 못하고, 전국 단위 유사 사건 열람조차 어려운 현실도 문제로 지목됐다.
민관 공조 체계 강화도 과제로 떠올랐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공공과 민간의 공조가 특히 약하다”며 “영국과 미국처럼 민간 기업과 법 집행기관, 정보기관 사이에 원활한 정보 교환과 공동 수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7년 1월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참여자와 정책 당국 모두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며 “온체인 분석과 수사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민관 정보 공유 체계를 촘촘히 구축해 피해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